후지산등반2022/8/9-10

작년부터 막내아들과 계획을 세웠던 후지산 등반!!!

8월9일부터 10일 1박2일의 계획을 7일 밤에 세웠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날씨가 좋아지면

우선으로 가자고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기예보를 다시 보다가 후다닥 결정을 했다.

운동화, 지팡이, 이마에서 비추는 라이트, 선그라스를 준비해놓고

있었던지라 별문제 없이 출발할 수 있었다.

날마다 친구삼아 있었던 후지산신님을 만나러 간다는 기쁨이

내 온몸에 충만하였다.

 

저녁을 먹고 후지산은 샤워할 수도 없으니까

산듯하게 몸을 씻고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에어콘 바람이 너무 세게와서 끄려했지만 

리모콘이 보이지 않아 이불을 덮다가 재치다가를 

반복하면서 깊은 잠을 청하지 못하고 6시가 되었다.

 

우메보시, 단무우지, 고구마, 스모그, 참치캔, 사탕, 죽염, 시리카,

얼음물, 만쥬, 

 

7시반에 전철을 타고 고텐바까지 갔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수바야시5고메까지 갔다.

지현이가 작년에 맛있게 먹었다는 가게에서

오야코동과 버섯우동을 주문을 했다.

액자에 담아져있는 정열에 불타오르는 후지산을 보며

가지고 가고 싶었다. ㅎㅎ

 

작년에 친구 4명이서 다녀온 경험이 있는 아들과 오니 든든했다.

엄마 한번도 안가봤는데 마지막 50대에 후지산 올라가보고 싶다하니

승쾌이 허락해 주었던 우리 지현이.

얼마나 기쁘고 고마웠는지 작년 여름이 생각이 난다.

 

출발 12시 반

조금 올라가자마자 작은 돌바위들이 많았다.

10분도 채 걷지못하고 숨이 헐떡 거렸다.

아이고....

쉬었다.

숨이 정돈이 되면 엿쑤ㅑ를 외치며 일어났다.

10분이 8분이 되고 6분이 되고

걷는 시간이 점점 단축되었다.

아이고... 

지현이가 차분하게 빨리 출발했으니

천천히 가도 된다고 했다.

 

물을 마시며 엄마 머리는 안아프지?

힘들면 빨리 얘기해요.

우메보시도 먹고 고구마도 하나씩 먹고

물도 마시고 하니 가방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잎이 커다란 나무아래서 쉬고 고개를 들어보니

넙적한 나뭇잎이 자잘한 구멍으로 가득하였다.

벌레들의 꿈틀꿈틀 기어다니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이곳에서도 이런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었네.

나는 그네들을 생각하며 재밌게 웃었다.

참으로 생명들의 움직임과 활동들,

이 하나의 나무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죽고하며

이렇게 수많은 해를 거듭하며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

10만년전에 폭발했다는 후지산.

침엽수인 키낮은 소나무가 군데군데 보이고

노란 예쁜꽃이 키작게 있었다.

바위틈새틈새 돗아나있는 파란잎파리.

핑크방울꽃도 여기저기 피어있고

화산자갈밭에 군데군데 피어있는 꽃들이 

삭막한 화산산에 환함을 선사해 주었다.

어느 순간 나무들이 사라지고 하늘이 넓게 다가왔다.

 

2500미터정도 왔을까.

5고메가 나왔다.

양말을 벗고 긴의자에 누워버렸다.

완전 휴식

 

어느만큼 왔을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렇게나 하늘이 가깝게 있었다.

지현이랑 하늘을 보며 와-- 환호성을 지르고

사진 한 컷트

무지개가 떴다.

힘을 내고 또 출발!!!

높은데를 올라오니 야마나시현과 시즈오카현이 다 보였다.

호수와 들판 정말 한눈에 다 들어왔다.

무지개를 계속 보여주셨다.

힘내라고 후지산신님이 보여주신다.

 

출발, 출발, 출발

점점 캄캄해졌다.

한발한발이 의지로 움직였다.

완전 어둠이 다가오고

라이트를 켜고 걸었다.

가느다란 지팡이에 전신을 맞기고 숨을 들이키고

또 걷다가 주저앉고 숨을 몰아쉬고

여기서 그냥 앉아 쉬고 싶지만 쉴수도 없고

가기는 너무 벅찬 지점, 그냥 갈 수 밖에 

없는 산중턱까지 와 버린 것이다.

오로지 전진밖에 있을 수 없는 지점.

 

전쟁포로들이 손을 묶고 발을 묶고 

목적지도 모르며 가자는 데로만 걸어야 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흘러가라 우리는 전진한다...

 

나는 후지산 정상이라는 목적지가 있지만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끌려가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것이 넘치는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체력의 한계에 도달하고

목숨이 붙어있으니 걸어야 하고

못걸으면 죽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속에서

걸어서 걸어서 인류가 걸어야 했던 

그때의 상황들이 내게 느껴졌다.

 

7고메의 불빛이 보이고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은 거리였는데

200미터가 1키로가 된 느낌이다.

또 한시간을 훨씬 더 넘게 걸어야 했다.

 

그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다.

오로지 내 발로 내가 걸어야 한다.

끌어줄 수도 밀어줄 수도 없다.

그러다간 둘다 다 위험하다.

오로지 나의 의지로 그것이 무너지면 

그 자리에 머물다 죽어야 한다.

 

7시가 다 되어서야 본7고메 숙박지에 도착.

말이 나오지 않았다.

3200미터까지 올라왔다.

화장실 이 꼭대기에도 수세식화장실

고마운 곳이다. 아주 가는 호스로

물로 씻어내는 기구가 있었다.

사온 오니기리등등을 먹고 

물티슈로 전신을 닦았다.

이불은 축축했다.

지현이랑 서로 맛사지를 하고 누웠다.

9시에 잠을 청했다.

새벽1시에 일어나서 가야 한다.

엄마가 느리니까 1시간정도 빨리 일어나야 했다.

4시반에 해돋이라 하니까.

잠을 아무리 청해도 안되었다,

후지산신님 저 잠자게 해주세요.

스타킹을 신어서일까하고 벗었는데도

잠은 영영 후후후후후

1시가 다 되어서 잠깐 졸았나 긴가민가하면서

알람이 울렸다.

지현이가 너무 잘 자니까 조용히 일어나

나는 옷을 입었다.

3776미터까지 올라가려면 겨울복장을 해야 했다.

 

준비가 끝나고 2시간 15분에 출발

조금 걷고나니 8고메의 불빛이 보였다.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순간 다 어디로 가버리고 지현이와 내가 걷고 있었다.

후지산이 이렇게 넓은가 

9고메가 가까와지고

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새빨간 해가 두우웅 두우웅하며 폴딱하고 올라왔다.

 

구름은 이미 나의 저 아래에 있었다.

하늘 꼭대기

비행기에서 보이는 장관과는 또 다르다.

내가 발을 딛고 여기에 내가  서있다는 것.

 

걸었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여기서 말수는 없다.

내 몸이 걷는 것이 아니라

내 혼이 내 정신이 내 의지가 걷고 있다.

 꼭대기에 도착

지현이가 안보인다.

사람이 웅글웅글 바람을 막으러 들어갔다

쪼그리고 앉아버렸다.

한참을 앉아 정신차리고

밖에 나갔다.

지현이가 보였다.

아깐 왜 안보였을까.

바람이 너무 쌔서 화가 나있다.

 

돌아가자고

옆에 푸욱패여있는 화산폭발지를 달려가서 보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긴 완전 모래밭이었다. 신발이 쑤욱 들어가면서

미끌어지면서 걸었다.

햇님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신발로 자갈이 들어오고

걸치작거리던 자갈과 조금 친해지다가

또 걸리기 시작하고

또 들어와서 발바닥이리저리 휘젖고 다닌다.

쭈욱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몇번이나 찧으며

내려왔다.

이제 자갈을 털어내야 할 것 같다.

앉을 때는 좋지만 일어나는 건

젖먹는 힘까지 쏟아부어야만 일어날 수 있다.

 

묵묵히 묵묵히 앞으로 전진 전진

지현이가 먼저 내려가 코펠에 커피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애쓰고 끊여준 죽염커피를 맹탕하게 마시고

또 챙기고 내려왔다.

점점 더워지고 땀을 주르룩주르룩

하나씩 벗어 가방에 담고 허리에 묶고 

지현이 가방을 들어보니 

아이고 이건 들지도 못하는 무게였다.

얼마나 무거웠을까

두꺼운 잠바를 지현이에게 맡길 수 없었다. 허리에 묶었다.

엉덩방아 보호를 위한다하고.

걷고 걷고 또 걷고 미끌어지고 미끌어지고 또 미끌어지면서

걸었다. 긴긴 사막길을 걷는다.

 나무가 보였다. 앉았다.

버스시간이 11시 45분 

한시간 15분 정도 남았다.

포기하자고 아무래도 맞추지 못할 것 같다고.

남은 우메보시 단무우지를 먹고 느릿하게 쉬었다.

근데 버스 놓치면 2시간 기다려야 한단다.

아이고 

가자 가보자 

최대한 가보자.

 

가도가도 5고메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까지 내가 와있다는 것만 알아도

힘이 날 것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자갈길이 계속된다.

 

30분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시간상 45분 남았다.

그래 그럼 또 가보자 

작은 돌바위 길이 나왔다.

아이들이 내려갈 때 위험한 줄 알고

뒤로 돌아내려오듯이

신중히 신중히 후둘거리는 다리로

한발한발 그러나 땅을  힘껏 

온힘을 다해 밟으며 내딛었다.

만나는 사람이 없다.

엄마에게 버스티켓주고 먼저 가라고 하니

엄마가 걱정이 되어 빨리 가지 못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안되니까 같이 가야한다고

하며 짐을 다 주라고 한다.

잠바를 맡기고 걸어갔다.

45분에 도착이 안되면 너희들은 총살이다!!!

를 외치며 나는 걸었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

가차없이 죽였고 죽임을 당했던  역사속의

이름모를 사람들의 목매이고

생각조차 할 수 없이 그 말에 오로지 복종만

있었던 사람들의 한들이 다가왔다.

 

죽음이란 것은 어떠한 것일까

생각했을 때 두려운 것일까

이미 죽음이 무엇인지

죽고난 후의 삶이 무엇인지를 알면

낫겠지

하지만 자기의 삶을 다 살았을 때만

우린 아무 미련없이 죽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올라오는 사람을 만났다.

5분만 가면 된다는 사람

10분 15분은 가야한다는 사람

같은 동행이라도

힘내라고 얘기하는 사람과

대충 정확히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다 고마운 말이다.

산신님 도와주세요.

시간을 맞추는 데 열중이 아니라

나는 나의 한계를 도전해 보고 싶었다.

얼마만큼 사람의 정신력이 큰 것인지를

시험하고 싶었다.

다듬어진 계단이 나왔다.

한발도 걸을 수 없는 내 다리를

난 한계에 한계를 넘어

무의식적으로 걷는다.

이제 한숨을 돌리며

난 그대로 멈춰버릴 것 같은

나를 이끌며 한발한발 걸러나갔다.

지현이는 물을 사고 있었고

나는 멈춰버리면 영원히 눌러앉아버릴 수 밖에

없는 나의 다리를 견제하며

버스가 있는 곳까지 쉬지않고 걸어나갔다.

한숨을 돌리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버스에 올라탔다.

 

환경에 변화가 가지고 오는

이 안도감 감사합니다.

후지산!!! 

조금만 떨어져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참을 내려오고 

내려가는 길이 확실치 않다.

지현이를 세게 부르니 대답이 왔다.